찰나의 판단, 치밀하게 계산된 기하학──. 절호의 기회를 계속 놓치며 쌓인 초조함을 떨쳐낸 것은 선배의 퉁명스러운 조언과, 생각을 날카롭게 벼린 순간의 ‘캔슬’이었다. 메이지야스다 J1리그 제4절 V-파렌 나가사키전에서 혼마 시온이 보여준 수싸움의 논리와, 그 이면에 깃든 동료를 향한 절대적인 신뢰. 그리고 직전 절 제프 유나이티드 지바전 후 나카가와 테루히토와 나눈 대화까지. 경쾌하면서도 조금은 만만치 않은 남자들의 ‘승리의 방식’을 파헤친다.

승부의 신은 변덕스럽지만, 때로는 몹시 악취미적인 함정을 파놓는다. 절호의 기회를 몇 번이고 놓치고, 스타디움 가득한 한숨을 홀로 짊어지게 되는──. 그런 밤이 이어지면 보통은 발밑부터 서서히 파고드는 불안의 그림자에 삼켜지고 만다. 하지만 혼마 시온이라는 선수의 심장은, 어쩐지 조금 특별한 리듬으로 뛰고 있는 듯하다.
“테루 군(나카가와 테루히토)도 ‘너, 들어갈 때까지 차’라고 말했다”
선배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격려를 양말 속 깊이 새기고, 이날도 우직하게 발을 휘둘렀다. 본인은 “여러 번 슛을 했지만, 넣을 수 있었던 건 그 한 번뿐이었다”고 조금 미안한 듯 돌아봤다. 하지만 그 ‘단 한 번’이 경기의 흐름을 확실히 바꿔 놓았다.
전반 종료 직전, 전방에서 마르셀로 히안이 악착같이 끌어온 공이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를 빠져나와 혼마의 발밑으로 굴러 들어온다. 골문은 비어 있었다. 다이렉트로 슈팅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혼마만은 시간이 천천히 늘어났다 줄어드는 듯, “(판단을 바꿔) 마지막에 가장 자신 있는 형태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눈앞을 가로막은 것은 나가사키의 신도였다. 슈팅 코스를 막으려 조급해하는 수비수의 심리를 읽은 혼마는 슈팅 동작을 슬쩍 지워버렸다. 그 플레이 캔슬로 인해 신도는 마치 얼음에 갇힌 듯 얼어붙었다.
"상대가 슈팅 코스로 들어오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피해 찬 타이밍도 좋았다. 아마 골키퍼는 수비수가 시야를 가려서 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상대를 벽으로 삼아 상대 골키퍼의 시야를 가린 채 날린 슈팅은 얼어붙은 듯 멈춰 선 신도의 등 뒤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 수싸움의 이면에는 팀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다. "나를 제외한 전방의 세 명은 강력하고, 역습도 가능하며 혼자서도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도 모두 영리하다." 혼마 자신도 궂은 수비를 해내면서, 전방의 동료들이 각자의 역할을 완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망설임을 버리고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데에만 생각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멋대로 '다른 세 명은 자기 할 일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을 향한 신뢰에서 비롯된 이런 확신은 리그에서 이번 시즌 첫 연승과 연속 무실점이라는 선순환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었다. "일단 안심했습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린 혼마에게서 바통은 곧바로 다음 선수에게 전달됐다.

경기 후 조언의 진의를 묻자 나카가와는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쓴웃음)"이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그래도 들어갈 때까지 슛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렇지만, 기회가 왔을 때 슛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혼마에게)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연이어 “다음은?”이라는 질문이 거듭되자, 엉뚱한 곳을 바라보던 나카가와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왔다. 그리고는 “네”라고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짧은 대답에서는 골이 들어갈 때까지 계속 슛하겠다는 각오와 다음을 맡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청적 유니폼 속에서 오가는 이 경쾌하면서도 조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바통 터치는, 아무래도 아직 계속될 듯하다.
(본문 중 경칭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