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6.8.27

THE MOMENT vol.4
피치에 나타난 시간 도둑

찰나의 결정, 교차하는 기하학──. 그 순간에 깃든 이야기에 다가가는 ‘THE MOMENT’. 이번에 풀어낼 것은 AC 나가노 파르세이루전에서 안자이 소마와 야마다 후키가 선보인 선명한 ‘시간 강탈’이다. 상대 수비진의 빈틈을 파고들어 원터치로 ‘시간’을 훔쳐내고, 주어진 여유를 일격으로 마무리한 장면. 고다이라 그라운드에서의 일상이 빚어내는 이야기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약속된 순간의 은밀한 약속에 다가간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끌어당겨 만들어낸 순간은, 받는 이에게 광대한 ‘여유’를 선사한다.

8월 26일 열린 천황배 JFA 제106회 전일본 축구선수권대회 2회전 AC 나가노 파르세이루전에서 안자이 소마와 야마다 후키의 핫라인이 강렬한 빛을 발했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9분, 선제골이 나온 장면이다. 안자이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패스를 받아냈다. 스스로 전방을 향해 승부를 걸 수도 있었지만, 평소 훈련을 통해 몸에 익힌 ‘더 전방을 향한 선수에게 맡긴다’, ‘세 번째 선수의 관여’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공을 멈추지 않고 원터치로 가볍게 부드러운 공을 야마다에게 연결했다.

"저도 직접 앞으로 향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후키의 장점상 한 방이 있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는 좋은 형태로 연결했다고 생각합니다"

안자이의 논리적인 판단대로, 발밑에 전달된 ‘시간과 여유’를 등번호 71번이 놓칠 리 없었다.

"소마와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 타이밍에 공이 올지 어렴풋이 알 수 있어요. 그 장면은 저에게 여유를 주기 위해 원터치로 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원터치가 있었기에 저도 기분 좋게 슛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원터치 패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암묵적으로 공유되던 찰떡 호흡. 마쓰하시 리키조 감독이 평소부터 강조해 온 ‘공과 함께 시간을 건네라’는 전술적 가르침이 두 사람의 템포와 경쾌하게 맞물리며, 야마다의 선명한 한 방으로 이어져 골망을 흔들었다.

“평소부터 훈련에서 해오던 것이라, 그게 그대로 경기에 나온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평소 마쓰하시 감독이 던지는 주제에 대해 야마다 후키는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만점 답변으로 화답해 보였다. 불합리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왼발 한 방을 지닌 야마다가 그 재능을 최대한 빛내기 위해서는, 그 국면에서 안자이가 욕심을 버리고 최상의 상태로 ‘시간과 여유’를 제공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물론 이날 안자이의 무서움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반 30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과감하게 역습에 가담해 전진하자 즉시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 생긴 빈 공간을 메우며 리스크 관리에 철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술적 기여로 팀의 위기를 말끔히 걷어낸 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당당하게 성공시켰다.

“PK는 제가 얻어낸 것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차려고 했습니다. 그 코스로 차면 막을 수 없기에 자신 있게 찼습니다. 좋은 시간대에 얻어낸 골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반에 들어서도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13분, 전반의 단순한 플레이와는 달리 혼자서 상황을 돌파하는 드리블로 이날 두 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22분에는 왼쪽 코너킥에서 마크를 완벽히 따돌리고 헤딩으로 팀의 네 번째 골을 꽂아 넣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지 못했는데, 도쿄가 우승하려면 반드시 어느 시점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팀으로서 세트피스에서 2골을 넣었으니, 이를 리그전에서도 이어가고 싶다」

당당한 2골 2도움. 눈에 보이는 압도적인 기록과 눈에 보이지 않는 우직한 하드워크를 한 경기 안에서 모두 보여줬다. 청적 복귀 후 첫 골을 넣은 21일 제프 유나이티드 지바전에서의 맹활약에 이은 또 한 번의 대활약이었지만, 본인은 놀랄 만큼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포르투갈에서 치른) 마지막 리그 경기 이후 도쿄에 합류해 연습경기까지 포함하면 첫 경기가 고베전이었습니다. 캠프 훈련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컨디션을 더 끌어올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 파고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자리를 꿰찬 뒤에도 더욱 커져 가는 그의 욕심은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토요일에 예정된 V-파렌 나가사키와의 리그전을 앞두고도 "이틀 간격에 이동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발로 나서는 선수, 도중에 투입되는 선수 모두 정말 팀 전원이 함께 싸워 나가고 싶다"며 든든하면서도 경쾌하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

피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밀도 높은 ‘시간’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동료에게 건넨다. 한순간의 번뜩임과 고다이라 그라운드에서의 나날이 원을 그리듯 겹쳐지며, 그들이 지배하는 시간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한순간에 ‘시간과 여유’를 빼앗긴 나가노의 수비수들은 피치 위에서 이렇게 외치고 싶었음이 틀림없다.

"그 녀석은 엄청난 것을 훔쳐 갔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아니라 시간입니다"라고.

(본문 중 경칭 생략)